이 더위가 없다면 어떨까?
지내기가 힘들어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있어 감사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몇 달 전에 모 치과대학 병원에서 전신마취하에 치료를 하다가 고운 아이가 먼저 부름을 받게 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일을 두고 치의사 들이 이러쿵 저러쿵 댓글로, 시시비비를 인터넷상에서 가릴려고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명분이 있다 없다, 동문회들이 왜 가만히 있느냐, 그래도 나는 이 사람이 옳다는 주장을 계속해야 한다 등등 참으로 꼴보기 민망할 정도 였습니다.
참다 참다가 글을 올렸습니다. 제가 내용인즉,

첫째, 우리가 서로 이론적으로 싸우기 전에 유가족들에게 고개숙여 애도를 해야 한다. 우리는 밥그릇 싸움이지만 당사자인 가족에겐 금쪽 같은 아이를 잃어버린 충격이기 때문이며, 비록 내 병원이나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났다곤 하지만 같은 의사로써 가슴 아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첫번째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정녕, 싸운다고 치더라고 사죄가 먼저라고 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일방적인 자기만의 의견이 옳다고 우긴다면(설령 자료가 옳더라도) 이건 대화나 토론이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하면서 의견을 주고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설과 훈계가 될 뿐이다. 요즘 모니터상에서 주고 받는 인터넷의 가장 큰 단점이자 문제인 듯 합니다.

셋째, 제일 무서운 것이 이것 아니면 저것, 예스 아님 노우 형태를 강요하는 가장 큰 대화입니다. 극단적인 양비론으로 몰아가 상대를 생각해 주지 아니하고 무시하는 처사의 형태가 종종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글로 인하여 진정 국면에 처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안정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
병원의 편지를 통해서도 유가족들에게 고개숙여 애도를 표현합니다.

충치치료를 하기 위해서 전신 마취를 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그러나 전신마취를 해서라도 충치치료를 해야 하는 케이스라면 저도 승락을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통제가 불가능한 아이나 신체적으로 정상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부득불 극단의 조치인 전신마취를 취하고 치료를 하는데 그야말로 최후의 경우입니다. 일반적이거나 통상적으로 행하지는 치료방법은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어떤 지식이 부족한 기자가 쓴 것처럼 돈 벌기 위해서 ‘전신마취하고 충치 치료한다’는 식의 기사는 터무니 없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인기성 발언하듯이, 한탕주의식의 기사가 세간말로 여럿 다치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기들의 필요에 의해, 절대로 증명되지 못할 일회용 기사를 더 이상 쓰는 사람이 없길 바랍니다. 본인이 당사자람 어떨까요 그런 기사는 못쓸거라 여깁니다. 사실과 진실에 근거한 기사가 더 많이 나오는 신문, 방송 세상을 기다립니다.
그러고 보니 수개월째 저희 집에는 TV가 꺼져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와 약속 문제로 시작해서 TV를 다 끊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책 보는 시간이 늘었고, 부부는 TV를 안보니, 아니 못 보니 대화시간이 늘었고, 경제적으로도 전기세가 줄었으리라 웃어봅니다. 그러니 세상 큰일을 모릅니다. 알아도 수 일 늦어서 압니다. 첨에는 아이보다 습관처럼 뉴스보고, 밤늦도록 TV에 집중하던 제가 더 답답 하더라고요. 중독처럼 TV를 켜고 싶었지만 그러나 전선을 없앴기에 제가 어찌 할 도리가 없는 줄 알곤 저도 돌아서 버렸습니다.

소식에 둔해지니 스트레스도 주는 듯 합니다. 특히 9시 뉴스를 안보니(못 보지만 실상은) 속 편합니다. 이러다가 진짜 연예인이 옆에 있어도 나중에는 누군지 모를지도 모릅니다.
덜보고, 덜듣고 하는 연습을 합니다. 아니 단순하게 보고, 단순하게 듣는 훈련을 할렵니다.
그래도 시간을 보내는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기 때문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이 더위도 찬 바람으로 변할 것이 이치입니다. TV 없는 여름에 욕심을 내 문학과지성사 시집과 베토벤과 슈베르트에 푹 빠져 씩 웃음이 나오는 내면 다지기의 시간을 만들렵니다.
행복보다는 짜증이라도 덜 내는 가장, 엄마, 자녀가 되는 여름이시길 바라며
미소가있는치과에서 보내는 2번째 편지의 문을 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