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여름에 만난 사람들 >>
-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서

어젠 무료해서 모처럼만에 나들이 했어
옆동네 갑사계곡으로 숨어 들었어
艮成莊*이란 글씨가 거슬렸어
한자를 잘 모르는 걸 위안했지만
개인별장이었다는 사실에 분개했어

내 청년의 어느날
우연히 잭슨 폴록을 만났어
삶이란 실 타래 같이 엮인 것 그런 그림이었지 이번에도
너무 흔한 피카소에게선 사람냄새를 못 느꼈어 슬프게도 난 아직
역시 펄펄 날아서 빨리 하늘로 가고픈 고흐는 인기상품이더라구
모네는 아직도 산책 중 돌아오지 않았고
샤갈은 힘들었는지 잠꼬대를 하며 날라 다녔고
스텔라에게선 알지 못할 헷갈리는 큰 우주가 있을 것 같았고
그 밖에 모딜리아니, 간딘스키도 있었어
이름값 하면서 구경꾼들을 처다 보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지만
다 기억하질 못하겠어
나머지를 가슴에 품은 사이에
모든 그림에는 속살 같은 사연들이 묻어있다는
결론을 내렸어
나와서 금요일 오후
흑인 3인조의 거리공연은 야바위같았어
그림은 사라지고 액자만 살아있는 그림 한 점
다들 처다보지 않는 냉대를 받으며
우리집 탁자에 있었어
슬픈 놈.

*간성장(艮成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