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움직임

오늘따라 생담배 냄새 팍 나는 커피가
올라왔고, 눈길을 유리창으로 주자 날 오라고
하더니 붉은색 의자가 거기 서 있지 말고
앉아 나 좀 눌러달라 하네 계속 사양하는 것도
충청도 양반이 할 짓이 못되 절반보다 1%정도
많은 끌림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 초대에 응했습니다
피펫으로 실험용액을 한 모금 더 삼킨 후
왼손으로 왼손 볼을 괴고 바라본 세상의 풍경들
제일먼저,
1주일 전에 태어난 황사는 그냥 간적없이
얼룩으로 자기영역을 표시했고, 고향을 잃고
뜰에 박힌 소나무의 피부는 건조해 보이고
그 옆,
동물들처럼 자기가 다니는 길을 만들어 놓은 인도에는
이상하게 사람들과 생각들과 짐과 사람화되는
강아지도 동행하고
그 옆,
행인1, 오 이런 제기랄 왕재수로 하며
먹고 살기위해 바쁜 표정으로 걷는다
행인2, 항문외과에서 일하는 키 큰 분이 오늘도
다 잘라버릴듯이 급하게 간다
행인3, 댕기머리의 젊은이가 쪽지를 보며 열심히
무엇인가를 찾고 있습니다
행인4, 수업 중간에 나왔는지 슬리퍼 신고 중앙선을
넘어가는 여고생이 있습니다
행인5, 성경을 손에 들고 걸어가는 양복입은 아저씨가
메모한 포스트 잇을 흘리고 갑니다
행인6, 오늘 데이트가 있는 듯 아슬아슬하게 멋을 낸
아가씨가 위험하게 걸어갑니다
행인7, 놓고 내린 무엇이 있는듯이 다시 돌아가는
청년이 뛰어 갑니다
행인8, 직장을 찾는지 무가지를 읽으며 걷는 상기된
젊은 아줌마가 갑니다
행인9, 서류 가방을 든 채 헨드폰을 받는
심각한 50대 아저씨가 있습니다
행인10, 이어폰을 끼고 신나게 어깨를 흔들며
가는 10대가 있습니다
인도 옆,
피펫에 묻어 있던 용액이 말라갈 즈음
보도블럭 옆에선 차들이 쌍방향으로 쓸려 갑니다
북쪽 행선지 차량,
가사담당 법원 쪽으로 가는 여자, 출근하면서 차 안에서
끼니 채우는 남자, 신호등 앞에서 열심히 화장하는 여자,
그 옆에서 구경하며 콧구멍 파는 남자, 신나게
담배를 물고 달리는 젊은 여자, 누군가를 싣고 가는
케딜락의 국화가 보이고, 잘난 척 땅바닥에
붙어가는 스포츠카는 속을 볼 수가 없었고, 퀵써비스
오토바이도 지나갔고, 폐휴지를 실은 리어카도 천천히
지나갔습니다
커피가 반쯤 줄어들자 나도 또 하나의
행인11이 되어 병원으로 가고, 대신에
반대편인 남쪽 행선지 차량 쪽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쉽게 의자, 유리창, 커피, 황사, 소나무,
인도, 행인들과 차량들을 놓아주고 왔을 때
바람처럼 든 생각은
너 하나 없어진들 세상은 변하지 않아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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