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 노점에서 웃으며
봄엔 걸어서 신나게 출근한다
같이 늙어간다고 우스개 소리하시는 은사님들과 식사를 하고
친구랑 술 한잔 더 하고
인사불성 대취하고
땅에다 얼굴 갈고
일주일 째 끙끙 최소한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요일 되니 70%정도의 몸 상태로 돌아와
항상 아침에 만나는 지하도 4거리 할머니가
찬 시멘트 바닥에서 절버덕 앉아 정신없이 쑥을 다듬고 있다
모양새는 줄려는 듯 내 놓은
땅콩, 쑥, 미나리 몇 다발, 버섯 6봉지, 파 몇 단, 하얀 도라지, 묵, 콩나물들
저것들은 짐이 아니라 분명 할머니의 감사일거야
저리도 자식처럼, 진지하게 예쁘게 다듬는
손길에 묻은 흙조차
더럽지 않게 보이는 아침
멀리서 눈 웃음으로 난
할머니의 봉다리에 든 짐들이 다 팔릴 것은
할머니의 몫이라 밀어두고
좀 더 진지하게 살아봐야지 할머니 손처럼
내세우는 것보다 낮게 딴청부리지 않으며
퇴근 길에는 많이 가벼워지셨나요?
물어볼 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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