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달력
10월 마지막 주인데도 국정감사는 끊나지 아니했다
10월 마지막 일요일에 학술대회가 열린 곳은 청사다
10월은 이용의 계절이다
10월은 쓸데없이 체육대회가 많은 달이다
10월은 넘어간다 슬그머니
제 것을 자급자족해서 살면
쓸데없이 관리하고, 쓸데없이 통제하고, 쓸데없이 계획하고
누굴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는 없어질 거라는 가설이 빠딱 슨다
하기야 불필요한 게 있으랴 이세상에
지랄 같은 승질내미도 필요하지
데친 숙주처럼 사글어드는
막바지 가을 한가운데 덩그렁 떨어져
꿀럭꿀럭 어깨를 떨면서 슬피 사무치도록
멈춰진 순간과의 정지된 불안한 일치
시큰둥한 시간에 스피커는 목청을 올리고
완전히 홀가분 할 수만 있다면 찌끈찌끈한 골머리 땡기는 일들도
철새 떠나듯 도망갈 터이고
기말고사 시험보는 꿈을 꾸고-의식을 찾기까진 낭떠러지의 끔찍함
지금은 시험에서 면제된 늙은 학생
휴! 검은 불안은 평생 간다 그리고 말없이 갑자기 눌러온다
큰일을 치르고 나니 심심하다
말도 안하고 보란듯이 달력들은 쌓여만 간다, 어지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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