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날벌레들에게서 |
| 관리자 | 2013/06/03 01:08:28 |
삶-날벌레들에게서
아침 대용으로 냉장고에서 꺼내온
어느 밭 출신인지 모르는 찌그러진 토마토를
깜박 잊고 하루 동안 책상 위 서랍 받침에 놓았더니
터진 곳 진액이 흐르는 상처에 잔치를 벌려놓은
날벌레들의 낯선 방문이 있었습니다
문득 손이 습관처럼 나가다가 잠시 멈춰
아차 하니 싶더니만 의자를 뒤로 젖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구경을 합니다
혹시 내가 너희들 식량거리를 뺏어다 놓은 것은 아닌지
잔인한 약탈자로만 살지 않았는지 혈압 환자처럼
뒷목이 뻐근해 오는 상승을 느낍니다
그러다가 잠시 정신 차려 눈길을 주니
늦가을 서리 내린 까치밥을 내려놓고 퇴근한 거였구나
원래 너희들 것이었던 건 아니었는지
맞아 남을 부리기위해서 더 가져야 한다는 우리기에
싹 모두 다 내 것으로만 삼켰던 용서라고 하나 없는 우리
그렇게 살벌하게만 살아왔음을 알려주네
걱정도 팔자라지만 토마토가 말라비틀어지는 속도보다
조금만 더 빠르게 저 달콤한 속살들을 보양하길 바란다
만약 모두 먹어 치우기 힘들면 친지나 친구들을
모조리 불러서라도 잔치를 열어라, 신나는 잔치를
내 걱정은 말고 포만의 행복을 실컷 느껴 보거라
잔치 후에 쓰레기로 질긴 껍데기를 남긴다면
걱정은 마라 그것은 내가 처리해 줄 것이다
너는 아는지 모르겠다 사실 난 오래된 변비를 갖고 있어
이 더러운 병같지 않은 병엔 너 같은 질긴 것이 좋거든
그러니 아무 부담 없이 싹 먹어치우기나 해 주거라
이렇듯이 한발 물러나 보니 더 잘 보이는 것은
가까이 보다는 갖지 못할 멀리 있는 것들에게 고마운
쓸모 있게 살라했음을 알게 해 준 토마토를 파고드는
날벌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