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전자 검사를 했다 |
| 관리자 | 2013/10/05 00:01:51 |
1. 신선들이 사는 곳
세월과 기도만이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고
대부분의 인간들은, 특히 대표적으로 현재가 시간을 비배한다고 강력히 믿는
나같은 겁보들은 사암(砂巖)이 흘러내린 것도 정 때문이라고 우기는데
그 빈자리들은 모두 소화되는 영양분처럼 사라지고 난 후 흔적들로
존재할 뿐이라고 낙엽처럼 가볍게 여긴다
그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비밀처럼 흔적일 뿐으로 여기는 풍광을
케이블카에서 고전명화처럼 덤덤하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일거 내리자
케이블카는 고도가 높나지면 서늘해진다는 과학을 피부에 심었다
토가족 장(張)씨들이 모여 사는 장가계(張家界)와 원(袁), 양(楊)씨들도 근처서 집성촌을 이룬 그곳은 비가 많이 오고 따뜻한 남방에 위치한 인기 여행 상품, 과거에 무릉도원을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먼 구라가 이렇게 심한가! 인정하지 않았던 것들이 허풍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함을 눈으로 보았으니 예수가 물위를 걸었음을 보지 않고는 어떻게 그럴까? 라고 오히려 의심하는 내가 그곳에서 눈으로 선경(仙境)을 확인하는 순간 과거의 뻥들이 진실이 되었고 헛갈리는 것들이 단호하게 정리가 되는 사실증명, 즉 신선이 그곳에 살고 있었으니 눈이 아닌 맘으로 보지 못했던, 아직도 의심이 더 많은 채 살아가는 겁쟁이를 놀라게 한 장가계에는 신선들이 분명 살고 있었다.
2. 유전자 검사를 했다
귀곡잔도(鬼谷棧道) 즉 귀신들이 다니는 길에서 다리가 덜덜덜 떨리지 않는 이는 의심이 없는 사람
고소공포증이 심한 난 앙코르 왓트에서도 딸과 함께 심하게 떨었는데, 귀곡잔도에서도 우리 둘은 보라는 듯 떨고 있었으니 확실히 같은 피임을 확인하는 테스트를 천길 낭떨어지가 훤히 보이는 유리잔도에서 피를 뽑지도 않고 시행했다
그 높은 절벽길을 걷는 여행상품은 검사였다
눈에 보이는 것을 왜? 믿지를 못하는가라는 실험 장소이자, 신께 가까이 가기위한 인간들의 마지막 처방이었다
제갈량이 전쟁을 위해 만든 석문잔도(石門棧道)는 그렇다 하더라도 오줌지릴 정도로 아찔한 높이 1,400미터에 달아 놓은 귀곡잔도는 분명 관광을 위해서 생겼지만 덤으로 유전자 확인을 자연스럽게 하는 한번으로 충분한 그곳에선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이 하나도 없고 몸살로 덜덜 떨던 것 같은 무서운 경험뿐이었으니 더 성숙하여 간다면 몰라도 한번으로 충분한 여행!
3. 배려
단체 관광으로 익숙하게 여행을 하다보면 여태까지 나도 그렇게 보였겠지만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4~5박을 하고 매 끼니마다 마주 했는데도 통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에도 우리 넷은 언제나 그랬듯이 자리다툼을 안 하니 편하고 입을 벌리고 자도 덜 창피한 관광버스 제일 뒷자리를 선택했으나 제일 늦게 내려야 하니 줄을 서야하는 단체여행에선 늘 꼴찌를 하는 단점도 있지만 당연한 듯 이번에도 뒷자리에서 튀는 반동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동했다.
어느 중년 아저씨부부가 막내아들과 같이 왔는데 이 아들은 약간의 자폐 행동을 보였지만 아버지가 많이도 챙겨주는 덕에 편안하게 여행을 하였고 그 분이 가장 인상에 남는데, 아저씨는 가는 곳마다 항상 웃으시고 작은 먹을거리를 같이 동행하는 ‘단기 4박 여행가족’들에게 나누어 주시고, 길거리에선 가난한 걸인들에도 적선하는 모습 그리고 식탁에서도 다른 이들에게 먼저 음식을 권하는 모습에서 피곤한 여독을 싹 씻을 수가 있었으며 우리도 다음부터는 저런 마음 넓고 배려하는 저런 아저씨를 닮아 작은 정이라도 나누는 그야말로 푸근한 여행을 하자고 그리고 그렇게 살자고 했다.
작은 군밤 하나 나누어 주는 마음이 피곤한 이들에게는 달콤한 활력소가 되고 사소한 감사를 전하는 따스함이 오래가는 것이 떠남이고 나보다 남을 배려하며 같이 느끼는 것이 여행인 것을 이번에 배웠으니 값을 충분히 한 셈이다.
4. 사건은 욕심 때문에 벌어지고
욕심이 무서운 것은 한곳에 꽂혀서 사리 분간을 못한다는 사실
그러니 욕심은 아편보다 더한 환각을 일으키니 이번에도
습관처럼 십리화랑(十里畵廊)에서 머그컵을 보고는 솟아나는 엔돌핀을
자제하지 못하고 사진 찍어주는 가게 앞에서 구매를 하고야 말았는데
금방 사진을 컵에 인쇄해 준다는 것이 작동 미숙인지 컴퓨터가 느려 그런지
그만 동행한 사람들을 기다리게 만들었으나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서둘러 달라고 손짓으로만 흔들어대니 알 리가 없고
결국 가이드가 와서 통역을 하고나서야 반만 해결이 되고 내려가
다른 팀들과 합류를 하였으니 미안함에 고개를 들기가 어려웠다
결국 내 머그컵 모으는 수집 욕심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일을 일으킨 것
이탈리아에서는 가족 캐리커쳐 때문에 사고를 만들었었는데
이번에도 버리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그렇다고 널널하게 가족만 다니는 여행을 할 능력은 부족하고
욕심은 아직도 쌩쌩한데 더 가벼운 여행은 언제나 할지....
그런데 그 머그컵은 가이드가 어찌어찌하여
결국, 저녁 식탁에 올라오게 만들었고
지금은 서재 한 쪽에서 나를 째려보며 ‘담부턴 그러지 마세요!’라고
무섭게 타이르고 있습니다.
5. 원숭이 한 마리 보내 주실 수 있나요?
여행상품으로 관광을 하다보면 왜 그리도 옵션이라는 숨은 관광상품을 부담스럽게 내 놓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선택을 깡그리 무시하거나 남 눈치를 안보지도 못하니 반강제적으로, 아니 이제는 무조건반사적으로 모든 옵션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구매하는 스타일로 자연스레 변해버렸다.
그런데 ‘상품’과 ‘옵션’을 구매했는데도 꼭 가야만 가이드 눈에 벗어나지 않는 ‘쇼핑 쎈타 방문’은 정말로 짜증이 나게 한다. 여행사들의 구조적인 문제가 변형된 행태로 결국 손님들에게 구매를 강요 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된 것일 것이다. 다양한 라텍스, 가볍고 부드러운 명주 이불, 억지로 먹는 차, 번쩍번쩍하는 보석가게는 빠진 적 없는 단골메뉴요, 하도 들어서 외울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이번에도 눈치 보다가 결국 라텍스 목베개를 사서 아들에게 주는 치레는 꼭 사야만 될 듯한 안내인의 강요와 물건을 사야 살림살이가 좋아진다는 가이드의 매서운 눈초리가 갈수록 무서운 여행이 되었으니 은근슬쩍 고민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그리고 자동차도 짝퉁을 만드는 나라에 왔으니 그냥갈수 없다는 듯 짝퉁가게에 갔는데 그곳에서도 참지를 못하고 가품 몽블랑 벨트와 지갑을 손에 넣고야 말았으니, 여자들이 쇼핑을 즐기는 기쁨을 잠시나마 나누고 나사야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전날 저녁 식당에 놓고 온 아들의 모자가 문제가 되었는데 다행히도 주인이 보관하고 있다고 하여 가이드한테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고, 마지막 공항으로 이동하였는데 그곳에서는 또 참깨를 사는 아주머니 부대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고 우린 기다린 끝에 짐을 먼저 보내고 긴 시간을 대기실에서 졸고 있었다.
그런데 욕심 많은 딸이 원가계 올라가다가 직접 야생원숭이를 본 이후로는 원숭이 사 달라고 조르고 조르는 것을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었는데, 공항까지 와서 칭얼대는 딸을 어찌 할 수가 없었던 차에 일을 마치고 보딩만을 기다리는 가이드가 우리 쪽으로 걸어와 말을 붙이는 것이었다. 이 순간이 기회라고 생각한 아내가 번뜩이는 듯 “가이드님! 모자를 붙이는 편에 원숭이 한 마리 같이 보내 주실 수 있나요?” 했더니 아주 놀라는 ‘깜놀’ 표정에 조선족 억양으로 “살아있는 원숭이는 안되는데요!” 대꾸를 하자 이쪽에서는 웃음을 감추며 “아니 살아있는 원숭이가 아니고요”... “인형 원숭이 말입니다” 그때서야 안심하는 듯 “네! 보내드릴께요”라고 웃음을 짓는 가이드. 그리고 2주정도 지난 후에 울음소리와 눈에서는 빛을 뿜어대는 주황색 원숭이가 모자와 함께 후불 택배로 안전하게 이송이 되었다.
전구를 ‘불알’이라고 하며, 형광등은 ‘긴불알’, 샹들리에는 ‘떼불알’, 스타트 전구는 ‘씨불알’이라 말하며, 어려운 수학을 ‘바쁜 수학’이라고 말하는 조선족 가이드를 보면서 웃지만 속으로는 씁쓸한 조국의 현실에 개운하지만은 않다. 분명 자기 것을 지키는 자주는 의연하게 필요한 것이지만 가까운 한 민족인데도 소통이 자주 헛갈리는 현실과 ‘원숭이 사건’처럼 동상이몽의 소통부재로 인한 소모적인 사건들이 더 이상 없는 신선들의 고향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