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가 되보니 |
관리자 | 2015/05/07 06:0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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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셰프가 되보니
어쩔 수 없이 혼자 집에 있게 되었다
외식하기 지쳐서 직접 해 먹기로 했다
주방에 있는 냉장고, 김치냉장고를 들쑤셔 거창하게
이것저것 꺼내 놓고는 잔치라도 벌일 요량으로 놔판을 벌인다
고작 한그릇도 먹지 못하면서 떠들썩한 짓거리가
쓸데없이 욕심 부린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김치 볶음밥이면서
설거지거리만 부지런히 만든다
결국 물 한 그릇과 볶음밥 한 그릇 치우고 나선
복부 풍만을 느끼고 행복감에 드러누워
리모콘을 4번부터 78번 채널까지 심란하게 돌린다
다음날 기억은 희뿌연하다
일찍 일어나 생각해 보니
습관처럼 늘, 쉽게 얻어먹었던 내가 보였다
감사가 그만큼 내게 온 것이었는데
감사까지 당연한 듯 여기는 악습관
그 동안 나를 위해 수고한 이들에게
넘 무관심했던 나, 이제부터 한 끼의
식사까지도 고마워해야 하는 겸손이
철저히 살아나야만 한다
어린 시절 소반에 차려진 어머님의
단출한 밥상이 생각나 울컥거리며 마음을 울리는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