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1/08/06 06:30:40 |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야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女人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설야(雪夜) - 김광균
1993년 오늘(11월 23) 이 시의 주인공 김광균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니 첫눈 내린 다음날이었다고 하네요.
김광균은 사업가로서도 유명했습니다. 1950년 동생이 납북되자 아우가 경영한 무역회사 ‘건설실업’을 맡아 꾸려나갔고 무역협회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건강이 악화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다시 ‘시의 세계’로 돌아왔고 세상을 떠나기 전 “기업을 한 것은 생활의 방편이었다.
내가 죽은 뒤에는 시인으로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시인 구상은 “모더니즘의 맏형인 TS 엘리엇이 은행원으로도 훌륭했으니 기업가로 일가를 이룬 김광균이야말로 한국의 엘리엇”이라고 말했지요. 김광균은 한국엘리엇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어제와 오늘 머언 곳 여인의 옷 벗는 소리 같은 눈 소식은 없습니다만 어제는 소설(小雪)이었습니다. 조상들은 소설 무렵 첫눈이 오고, 추위가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고도, 소설 때는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고도 했습니다. 소설은 아직 햇볕이 남아 있어 소춘(小春)이라고도 부르지만, 추위를 준비하는 날이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뇌졸중 환자가 급증합니다. 시인 김광균도 뇌졸중 때문에 쓰러졌고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겨울이 깊어가면 신문 부고란이 넓어지는데 뇌졸중 사망이 많은 것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30, 40대 뇌졸중 환자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추위에 건강유의하세요.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고, 특히 머리 보온에도 신경 쓰시기를 빕니다.
부모님께 모자와 목도리도 꼭 챙겨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