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1/08/06 06:05:08 |
곡우에 가뭄이 들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고 했는데, 다행히 봄비가 내려 바짝 메마른 대지에 숨통이 트이겠군요.
곡우(穀雨)는 말 그대로 백곡(百穀)에 내리는 비입니다. 그 곡식들을 살찌우는 고마운 비죠.
조상들은 곡우에 곡식 뿐 아니라 생선에도 눈길을 줬답니다.
서해에서는 전남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 떼가 충남 태안반도 앞 격렬비열도 근처로 올라오는데, 이때 잡히는 조기를 ‘곡우살이’ 또는 ‘앵월굴비’라고 해 최상품으로 쳤습니다.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좋다고 하지요. 봄 조개, 가을 낙지라고 해서 조개도 이때 것이 좋고 도미와 복어 등도 곡우 무렵에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민물에서는 찬 기운이 가시면서 낚시터마다 붕어의 입질이 세지고 임진강 상류에는 산란기를 맞은 누치 떼가 거슬러 올라옵니다. 누치는 한자로 눌어(訥魚)라고 하는데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합니다. 잉어목 잉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힘이 좋아 낚시꾼들에게는 인기가 있지만 냄새가 심하고 가시가 많아서 식용으로는 별로 인기가 없죠. 누치의 새끼는 대갈장군이라고 하는데, 요새는 대갈장군하면 곧 머리가 큰 사람을 가리키지요.
누치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한데, 누치(漏巵)의 한자 뜻이 술이 새는 잔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말 중에 술을 대중없이 마시는 사람을 모주망태라고 하는데, 요즘 술에 취한 상태인 고주망태는 알아도 모주망태를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또 예로부터 경칩 고로쇠 물은 여자물이어서 남자에게 좋고, 곡우 자작나무 물은 남자물이어서 여자에게 좋다고 해서 여성들이 산을 찾기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자작나무 물이 이뇨, 해독, 소염 작용이 있어 간과 신장 질환, 유방암, 폐암 등 환자에게 좋다고 합니다. 수액의 건강 효과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산행을 통해서 얻는 상쾌함 만이라도 건강에는 좋겠죠?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누치(漏巵)나 모주(母酒)망태는 참새가 방앗간 지나치지 못하듯, 선술집을 찾겠지요. 비 오는 날, 처마에서 뚝뚝 듣는 빗소리를 안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복어나 굴비, 조개 안주를 듬뿍 드시고 술은 분위기만 맛보시기 바랍니다. 비 내리는 날에는 술에 더 잘 취합니다. 뇌도 빗물 분위기에 젖는 것, 아시나요?